충남 천안 한양수자인 에코시티 입주민들이 하자보수 소송을 위해 법무법인에 제출한 채권양도 동의서 철회를 둘러싸고 찬반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입주민 일부는 "법무법인 수수료가 수십억 원에 달해 입주민이 실질적으로 얻는 이익이 없다"며 동의서 회수를 독려하는 반면, 다른 쪽에서는 "서명을 철회하면 소송 기회가 사라진다"는 불안감을 나타내고 있다.

사태의 배경에는 신축 공동주택 하자소송에서 관행처럼 굳어진 법무법인 채권양도 방식이 있다. 이 방식은 입주민이 시공사에 대한 하자보수 채권을 법무법인에 양도하면, 법무법인이 소송을 대리하고 승소 금액의 상당 비율을 수수료로 가져가는 구조다. 문제는 이 수수료가 최종 배상액의 20~30%에 달하는 경우도 있어, 승소해도 입주민 손에 남는 금액이 크지 않다는 점이다. 천안을 포함한 전국 신축 아파트 단지들에서 이 문제를 놓고 입주민 내부 갈등이 반복되고 있다.

철회를 주도하는 측의 핵심 논리는 단계별 하자 대응 전략이다. 공동주택 하자담보 책임은 법적으로 2년·3년·5년·10년차로 나뉘어 있다. 이 논리에 따르면, 마감이 임박한 2·3년차 단기 하자는 시공사와 직접 합의로 신속히 해결하고, 외벽 균열이나 구조부 결함 같은 중대 하자가 해당되는 5·10년차 담보 기간은 시공사의 태도를 지켜본 뒤 그때 가서 다시 채권양도 여부를 결정하자는 것이다. 지금 전부를 법무법인에 일괄 위임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다.

채권양도를 하지 않아도 세대 내부(전유부분) 하자 보수 권리는 법적으로 보장된다는 점도 철회 측이 강조하는 근거다. "소송에 참여하지 않으면 내 집 보수를 못 받는다"는 인식은 법무법인이 계약 유지를 위해 부추기는 공포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개별 세대의 하자보수 청구권은 채권양도와 무관하게 시공사에 직접 행사할 수 있다. 또한 나중에 타 단지 소송 판결이 나오면 그 판결을 근거로 비용을 청구하는 방법도 있다.

이에 반해 철회에 신중한 입주민들은 "직접 합의가 쉽지 않고, 협의 결렬 시 소송 시효를 놓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한다. 법무법인의 집단 소송이 개별 협상보다 더 큰 압박 수단이 될 수 있다는 반론도 나온다. 입주민 대표기구가 단일한 방향으로 의사결정을 이끌기 어렵다는 점도 이 갈등을 장기화하는 요인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갈등이 반복되는 구조적 이유로 하자소송 위탁 계약의 불투명성을 지목한다. 수수료 비율, 합의 기준, 소송 진행 상황 등을 입주민에게 충분히 공개하지 않은 채 계약이 진행되는 경우가 많고, 입주민 개개인은 법률 지식이 부족해 계약 내용을 검토할 역량이 없다. 국토교통부와 법원이 집단 하자소송에서의 수임 규정 강화를 논의하고 있지만 아직 제도적 보완은 미흡한 실정이다.

입주민 자치의 관점에서 핵심 과제는 투명한 의사결정 절차다. 한양수자인 에코시티 거주민들 사이에서는 "동의서 철회 전에 전체 입주민 설명회를 열어 법률 전문가의 중립적 의견을 듣고 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채권양도를 유지할지, 철회 후 직접 합의를 추진할지는 단지 전체 입주민의 이해관계가 걸린 문제인 만큼, 소수가 주도하는 방식이 아닌 공개적인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