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604번 노선 변경 계획, 왜 무산됐나 — 달성군청 이전이 만든 교통 공백과 17년 된 미해결 숙제
2005년 달성군청이 대명동에서 논공으로 이전하면서 가창면 주민들의 군청 접근성이 크게 나빠졌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2009년 604번 노선을 화원·시지 구간에서 달성군청~가창 방면으로 전환하는 계획이 수립됐으나, 담당 버스 업체의 수요 반대로 끝내 무산됐다. 그로부터 17년이 지난 지금, 급행10번이 생겼어도 가창에서 화원·옥포를 환승 없이 오가는 노선은 여전히 존재하지 않는다. 이 오래된 이야기를 대구 버스 커뮤니티가 다시 꺼내들었다.
달성군청은 왜 논공으로 이전했나
달성군청이 원래부터 논공에 있었던 것은 아니다. 2005년 이전까지 달성군청은 대구 도심 남쪽인 남구 대명동에 자리 잡고 있었다. 대명동은 대구 도심에서 비교적 가까운 위치여서 달성군 내 어느 방면에서든 버스로 접근하는 것이 그나마 수월했다.
달성군청이 논공읍으로 이전한 배경에는 달성군의 행정 중심이 달서구 쪽 도심에서 서쪽·남쪽으로 이동하는 흐름이 있었다. 논공은 달성군의 행정 중심지로서 달성산업단지가 위치한 곳이다. 달성군은 대구광역시 내에 있는 군이지만 행정 구역 면적이 넓고, 다사읍·하빈면·화원읍·논공읍·옥포읍·현풍읍·유가읍·구지면·가창면 등 여러 읍면을 포괄하고 있다. 달성군청을 군의 실질적 중심이라 할 수 있는 논공읍에 두는 것이 행정 효율에 맞는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이전 결과 각 지역 주민들이 달성군청에 닿는 경로는 이전과 완전히 달라졌다. 대명동 시절 달성군청은 시내버스로 대구 도심과 연결됐지만, 논공으로 이전한 뒤에는 도심에서 서쪽으로 더 멀어졌다. 특히 달성군 내에서도 동쪽에 자리한 가창면 주민들에게 타격이 컸다. 가창면은 대구 시가지 동남쪽에 위치한 농산촌 지역으로, 대명동과는 비교적 가깝지만 논공과는 직선거리가 꽤 멀다. 군청에 서류를 내러 가거나 업무를 처리하려면 도심을 거쳐 서쪽으로 빙 돌아가야 하는 구조가 됐다.
604번, 원래 어떤 노선이었나
604번은 대구 남부권 생활도로인 화원읍에서 출발해 시지 방면으로 운행하던 노선이었다. 대구 남부권과 동남부권을 연결하는 선형으로, 범물동·시지를 오가는 수요를 담당했다. 이 노선의 핵심 구간은 크게 세 가지로 볼 수 있다. 화원·대곡·월성 구간, 범물~시지 구간, 그리고 노선 중간의 교차 구간이다. 운행 거리가 길고 굴곡이 있는 편이어서 수요가 균등하지는 않았다.
버스 노선은 운행하는 버스 회사가 담당 노선을 맡아 수익성을 유지해야 한다. 604번을 담당한 것은 세진교통이었다. 세진교통 입장에서 604번은 화원~시지라는 비교적 수요가 있는 구간을 묶어서 운행할 수 있었기 때문에 노선 유지에 나름의 근거가 있었다. 여기에 604번을 달성군청~가창 방면으로 전환하자는 계획이 나왔을 때 당연히 사업성 관점에서 반응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2009년 노선 변경 계획, 어떤 그림이었나
2005년 군청 이전으로 가창 주민들의 불편이 누적되자, 2009년 무렵 가창면 주민들이 군청 접근 노선 신설을 민원으로 제기했다. 이에 따라 수립된 안이 604번 노선의 방향 전환이었다. 기존 화원~시지 구간 대신 달성군청~가창(삼산리 방면)으로 604번을 변경하는 것이었다.
- 변경 방향: 화원~시지 노선 → 달성군청~가창(삼산리) 방면으로 전환
- 예상 경로: 달성군청 → 설화명곡역(655번 동일) → 영대병원역(1호선 연선) → 삼산리(405번 유사)
- 기존 604 구간 대체: 범물~시지는 564번, 화원~대곡~월성은 836번으로 흡수
- 무산 이유: 담당 업체 세진교통이 수요 부족 이유로 강력 반대
- 당시 수요 경쟁 노선: ①600번·달성2번(화원·옥포~서부정류장 구간 겹침) ②452번(가창~서부정류장 구간 겹침)
변경 604번의 예상 경로를 살펴보면, 달성군청에서 출발해 655번과 같은 경로로 설화명곡역까지 간 뒤, 대구 1호선 지하철 연선을 따라 영대병원역 방면으로 이동하고, 이후 405번과 유사한 경로로 가창 삼산리까지 향하는 안이었다. 이렇게 되면 가창 주민들이 달성군청까지 환승 없이 접근할 수 있고, 동시에 지하철 1호선과의 환승 결절점도 확보할 수 있었다.
기존 604번이 담당하던 구간들은 다른 노선으로 분산 흡수하는 계획이었다. 범물~시지 구간은 564번이 대체하고, 화원~대곡~월성 구간은 836번이 맡도록 설계됐다. 이론상으로는 기존 이용자들에게 큰 피해 없이 가창 주민들의 군청 접근성을 개선할 수 있는 구조였다.
왜 무산됐나 — 버스 업체와 수요 논리의 벽
계획은 세진교통의 강한 반대에 부딪혀 무산됐다. 세진교통이 내세운 이유는 수요 부족이었다. 변경된 604번이 운행할 구간, 즉 달성군청~가창 방면의 수요가 기존 화원~시지 구간에 비해 충분하지 않다는 논리였다. 당시 가창~서부정류장 구간은 452번이, 화원·옥포~서부정류장 구간은 600번과 달성2번이 이미 담당하고 있었다. 변경 604번이 운행할 주요 수요 구간과 기존 노선들이 상당 부분 겹치는 구조라는 것이 반대 논거였다.
이 반대가 얼마나 타당했는지는 논쟁의 여지가 있다. 가창에서 달성군청으로의 직통 수요는 군청 이전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완전히 새로운 수요이기 때문에 사전에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다. 행정 업무를 위한 군청 방문 수요는 특정 시간대와 용도에 집중되는 특성이 있어 버스 노선의 상시 수요로 활용하기 어렵다는 측면도 있다. 반면 환승 없이 달성군청까지 갈 수 있다는 편의성은 일상적인 버스 이용자를 끌어들일 수 있는 요인이기도 하다.
결국 버스 업체의 반대와 행정 당국 사이의 조율이 이루어지지 못하면서 계획은 백지화됐다. 한국의 버스 운행 체계에서 노선 변경은 행정 당국의 허가가 필요하지만 실질적으로 운행 업체의 협력 없이는 실행이 어렵다. 대구시 역시 세진교통을 강제하기보다 사업성 우려를 받아들이는 방향으로 결론을 냈던 것으로 보인다.
17년이 지난 지금 — 달라진 것과 남은 것
2009년 이후 대구 버스 체계에는 적지 않은 변화가 있었다. 2009년 당시 주요 경쟁 노선으로 거론됐던 452번은 이후 사라졌다. 가창 방면 교통을 지원하기 위해 급행10번이 신설됐다. 급행10번은 대구 시내에서 가창면 방면을 빠르게 연결하는 노선으로, 2009년 계획 당시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선택지다. 604번 변경 계획이 무산된 이후 대안으로 성장한 노선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급행10번이 생겼다고 해서 가창의 교통 문제가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가창에서 화원이나 옥포 방면으로 이동하려면 현재도 환승이 필수다. 화원과 옥포는 대구 남부권의 주요 생활 거점으로, 가창 주민들이 마트나 병원, 학교 등을 이용하기 위해 자주 찾는 방향이다. 직통 노선이 없어 환승을 해야 한다는 것은 시간이 두 배 이상 걸린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604번 변경 계획의 핵심 기대 효과 중 하나였던 '가창~화원·옥포 직통 연결'은 17년이 지난 지금도 실현되지 않은 채다.
다시 꺼내든 이유 — 지금도 유효한 질문
대구경북 교통 커뮤니티에서 이 오래된 노선 변경 계획이 다시 화제가 된 것은 단순한 역사 복기가 아니다. 17년 전 무산된 계획을 돌이켜보는 것은, 지금의 대구 버스 노선 체계에도 여전히 풀리지 않은 숙제가 남아 있다는 문제의식을 반영한다. 가창~화원·옥포 직통이 없다는 현실, 달성군 서부권과 동부권을 연결하는 노선의 공백, 버스 업체의 수요 논리가 지역 주민 편의보다 우선시됐던 구조적 문제가 여전히 살아있기 때문이다.
버스 노선 계획이 수요 예측과 업체 협의라는 경제적 논리에만 의존하면 수익이 나지 않는 지역은 항상 소외된다. 농촌·준농촌 지역의 대중교통은 그 특성상 완전한 수익 운행이 어렵다. 그럼에도 지역 주민의 이동권은 보장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 공공 보조와 노선 설계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것이 이 논의가 다시 등장하는 배경이다. 2009년 당시 세진교통의 반대가 '이해 가능한 사업 논리'였다고 해도, 그 결과 가창 주민들의 이동 불편이 17년째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히 남는다.
대구시가 2025년 버스 노선 대개편을 추진하면서 일부 노선 조정이 이루어졌으나, 가창~화원·옥포를 잇는 직통 노선 신설은 이번에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달성군 서부권 광역 교통망 논의는 계속 진행 중이지만, 가창면처럼 인구가 적고 노선 수요가 명확히 입증되기 어려운 지역은 개편 우선순위에서 밀리기 쉬운 구조다. 이 오래된 숙제를 커뮤니티가 다시 꺼내든 것은 "잊혀진 것이 해결된 것은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버스 커뮤니티에서는 "세진교통이 수요 없다고 반대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했다"는 시각과 "그래도 가창~화원 직통 하나쯤은 있었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공존한다. 급행10번의 존재로 어느 정도 해소됐다는 의견도 있지만, 환승 없는 직통 연결의 부재는 여전히 가창 주민들에게 체감되는 불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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