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양 토박이가 묻는다 — 산업단지냐 은퇴자 생태도시냐, GRM 다이옥신·메탄올 공장·시멘트 분진까지
단양에서 태어나 평생을 산 한 주민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6가지 정책 제언을 내놓았다. 인구감소 대책으로 추진되는 산업단지 유치 대신 남한강과 소백산을 활용한 '하이엔드 은퇴자 생태도시'로 방향을 바꾸자는 것이 첫 번째 제안이다. 과거 GRM 공장의 다이옥신 파동과 산업재해, 최근 거론되는 메탄올 공장 유치에 대한 경고, 시멘트 공장 대기오염 감시 허점, 대성산 훼손 중단, 매포 화물차 안전까지 — 단양 주민이 직접 목격하고 경험한 현장의 기록이다.
단양은 인구 3만 명이 채 안 되는 충북의 소군(小郡)이지만, 남한강과 소백산, 도담삼봉, 구담봉이라는 전국적으로 손꼽히는 자연자산을 품고 있다. 수도권에서 차로 2시간 안에 닿는 거리에 이런 자연환경이 있다는 점에서, 은퇴 후 제2의 삶을 꿈꾸는 수도권 거주자들 사이에서 단양은 이미 '노후 정착 희망 도시 1순위'로 거론되고 있다는 것이 현지 주민들의 관찰이다. 그런데 지역 행정이 이 강점을 살리는 방향이 아니라 산업단지 유치라는 익숙한 경로를 다시 걷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구 감소를 막겠다는 취지는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3D 업종 기피 현상이 뚜렷한 지금, 산업단지가 들어서면 지역 청년보다 외국인 근로자들이 주로 일하는 공간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인근 음성군의 사례가 이를 이미 보여주고 있다.
- ① 은퇴자 생태도시: 남한강·가곡면 자연환경 활용, 하이엔드 은퇴자 마을 조성 — 산업단지 유치 재고
- ② GRM 교훈: 다이옥신(청산가리의 10,000배 독성) 사태 반성, 위험산업 유치 신중론
- ③ 메탄올 공장 반대: 탄소포집 명분 메탄올 공장 — 미량 흡입 시 실명·신경계 손상 위험
- ④ 시멘트 대기오염 감시: 집진기 24시간 원격감시(TMS) 강화, 타 지자체 교차 불시점검 도입
- ⑤ 대성산·성신사택: 대성산 훼손 중단, 성신사택 부지를 지자체 매입 후 재건축 활용
- ⑥ 매포 화물차 안전: 시멘트·자재 대형 화물차 통행 많은 매포 도로 정비 및 통행 규제
대안으로 제시된 것이 '하이엔드 은퇴자 생태도시'다. 남한강 수변과 가곡면 일대의 뛰어난 자연경관을 적극 활용해 고품격 은퇴자 주거 단지와 생태 체험 인프라를 조성하자는 구상이다. 이 방향이 현실적인 이유는 수요가 이미 존재하기 때문이다. 수도권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본격화되면서 자연 속 노후 정착지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늘고 있다. 단양이 이 흐름을 먼저 잡으면, 굴뚝 없이도 지역 생태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인구 유입과 지역 소비 증가라는 두 가지 효과를 동시에 기대할 수 있다. 실제로 일본의 다수 인구소멸 위기 지방도시들이 '이주 촉진형 은퇴자 유치' 전략을 통해 지역 경제를 살린 선례도 있다.
단양에서 제조업 기반 일자리를 만들려는 시도가 반복되는 이유는 이해할 수 있다. 인구가 줄면 지방교부세와 각종 국비 지원이 줄고, 학교가 문을 닫고, 지역 상권이 쪼그라드는 악순환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산업 유치 방식의 일자리 창출이 지역 청년을 붙잡는 데 얼마나 효과적인지는 냉정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지역 청년들이 3D 업종을 기피하는 경향은 단양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국적인 현실이다. 외국인 근로자들이 주로 채우는 산업단지가 조성되면 행정 인구 수치는 늘어날 수 있지만, 지역 공동체의 질적 구성은 변하지 않는다. 지역민이 원하는 삶의 질과 안전한 환경이 보장되어야 청년들이 떠나지 않는다는 관점에서 보면, 산업 유치보다 환경 보전이 오히려 더 현실적인 인구 대책이 될 수 있다는 역설이 성립한다.
산업 유치에 대한 주민들의 불신은 과거 경험에서 비롯된다. GRM 단양공장 유치 이후 지역 청년들이 겪은 산업재해는 여전히 아픈 기억으로 남아 있다. 이 주민의 친척도 그 공장에서 일하다 손가락을 잃는 산재를 당했다. 알려지지 않은 크고 작은 산재가 많았고, 꽃다운 청년이 목숨을 잃는 비극도 있었다고 한다. 여기에 당시 불거진 다이옥신 배출 파동은 충격을 더했다. 다이옥신(2,3,7,8-TCDD)은 청산가리보다 1만 배 이상 강한 독성을 지닌 물질이다. 피코그램(1조 분의 1g) 단위라도 호흡기를 통해 흡입되면 체외로 배출되지 않고 반영구적으로 축적되며, 1급 발암과 면역 체계 파괴를 유발한다. 이 트라우마가 새로운 산업 유치 논의마다 주민들의 경각심을 높이는 배경이 된다.
최근 '탄소포집' 명분으로 거론되는 메탄올 공장 유치는 그래서 더욱 우려스럽다는 것이 이 주민의 지적이다. 메탄올은 물질안전보건자료(MSDS)상 극도의 주의가 필요한 고위험 화학물질이다. 밀폐된 공장 내부에서 미량이라도 가스가 누출될 경우 흡입한 근로자의 중추신경계가 손상되고 시신경이 파괴되어 영구적인 실명에 이를 수 있다. 바깥으로 새어나오는 대기오염도 문제지만, 정작 가장 큰 위험에 노출되는 것은 공장 안에서 일하는 지역 청년들이다. 일자리 창출이라는 명분으로 이 위험을 지역 청년들에게 부담시키는 것이 과연 옳은 방향인지, 주민 동의를 바탕으로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단양의 가장 오래된 숙제인 시멘트 공장 대기오염 문제도 제기됐다. 이 주민은 원주에서 북단양 IC를 거쳐 단양으로 들어오는 길에 성신양회 일대 하늘이 분진으로 심하게 뿌옇게 덮여 있는 것을 직접 목격했다고 했다. 지금도 바람 방향에 따라 단양 시내에서 매캐한 냄새가 난다는 제보가 이어진다. 문제는 감시 체계다. 대형 산업용 집진기를 24시간 가동하는 데는 연간 수십억 원의 비용이 든다. 감시가 소홀한 심야나 비 오는 날 가동을 줄이고 싶은 경제적 유혹이 생길 수 있다. 단양처럼 좁은 지역사회 특성상 단속 일정이 사전에 알려지는 '관행적 봐주기'가 이루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따라서 조작이 불가능한 24시간 원격 감시 시스템(TMS)을 더욱 엄격히 적용하고, 타 지자체와의 교차 불시 점검 체계를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 이 주민의 요구다.
대성산 보존 문제와 성신사택 부지 활용 방안도 제안됐다. 대성산은 시멘트 공장에서 불어오는 오염물질을 막아주는 단양의 자연 방파제다. 최근 이 산 뒤편에 새 아파트를 짓기 위한 산지 절토 사업이 거론된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추가 주택 공급이 필요하다면 자연을 훼손하는 대신 단양 진입로에 낡은 모습으로 방치된 성신사택 부지를 지자체가 매입해 재건축하는 방안이 대안으로 제시됐다. 시멘트 기업이 그동안 지역 환경에 끼친 영향을 고려할 때, 이 사업에 적극 협조하는 것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논리다. 매포 지역의 화물차 교통안전 문제도 빠뜨릴 수 없다. 시멘트와 자재를 운반하는 대형 트럭의 왕래가 잦은 매포 일대 도로는 주민들의 보행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도로 정비와 함께 화물차 통행 시간대 규제 등 실질적인 안전망 구축이 필요하다.
은퇴자 생태도시 구상이 공염불로 끝나지 않으려면 구체적인 실행 단계가 필요하다. 첫째, 남한강 수변과 가곡면 일대의 자연환경을 훼손하지 않는 조건에서 소규모 고품격 주거지 조성을 허용하는 특례 규정이 필요하다. 일반 아파트 단지 방식이 아니라 전원주택·타운하우스·실버타운 형태로 개발 방향을 제한해야 한다. 둘째, 수도권 은퇴 예정자들이 단양을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장기 체류형 프로그램을 지자체 차원에서 운영해야 한다. 일본 지자체들이 성공적으로 운영한 '관계인구' 모델처럼 단양과 인연을 맺는 외지인을 점진적으로 이주자로 전환하는 전략이다. 셋째, 단양을 '맑은 공기와 물, 안전한 먹거리'가 보장되는 도시로 브랜딩하려면 지금 당장 시멘트 공장 대기오염 감시를 강화하고 위험산업 유치를 억제하는 정책 신호를 명확히 보내야 한다. 이 세 가지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은퇴자 생태도시라는 구상은 선거가 끝난 뒤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공약으로만 머물고 만다.
이 주민의 제언은 단양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전국 수백 개의 인구소멸 위기 지방 소도시들이 같은 기로에 서 있다. 산업단지를 유치해 단기 일자리를 만들 것인가, 아니면 지역의 천연 자원을 살려 새로운 인구층을 끌어들일 것인가. 청정 자연환경이라는 자산을 가진 지역일수록 산업단지 유치는 그 자산을 스스로 훼손하는 역설을 안고 있다. 단양의 남한강과 소백산은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자원이다. 이것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사람이 모이게 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단양의 진짜 의제라는 것이 이 토박이 주민의 결론이다. 지방선거 공약이 끝난 뒤에도 이 질문은 남는다. "단양에 평생 살고 죽을 몸이기에 좋은 뜻으로 봐달라"는 이 주민의 짧은 마무리 말이 묵직하게 남는다. 지역의 미래를 가장 절박하게 고민하는 사람은 결국 그 땅에서 태어나 평생을 살아온 사람들이다. 그들의 목소리가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행정에 반영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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