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 주암지구 아파트 10m 거리에 데이터센터…과천시 "계획 변경 건의", 주민 "영유아 보호 우선"
경기 과천 주암 공공지원민간임대주택 공급촉진지구(주암지구) 내 업무시설 용지에 데이터센터 건립이 추진되고 있다. 이미 분양을 완료한 900여 세대 '디에이치 아델스타' 아파트 도로 10m 거리에 들어설 예정인 데다, 인근에 유치원과 어린이집 등 보육시설까지 조성될 계획이어서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다. 과천시는 지구단위계획 변경을 국토부와 LH에 건의하는 한편 한전에 전력 계통 영향 검토를 요청했지만, 건축법상 업무시설 용지 내 데이터센터 건립을 막을 법적 근거가 없어 갈등이 장기화할 조짐이다.
과천주암지구는 경기 과천시 주암동 일원에 조성되는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공급촉진지구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와 민간 시행사가 협력해 대규모 임대·분양 주택과 함께 업무·상업·보육시설을 복합 공급하는 방식이다. 이미 '디에이치 아델스타' 900여 세대가 분양을 완료한 상태이며, 지구 내 유치원·어린이집 등 보육시설도 입주와 함께 운영될 예정이다. 문제의 발단은 주거 단지와 불과 도로 10m 거리에 위치한 업무시설 용지다. 이 용지를 디벨로퍼 웰스어드바이저스(WAD)와 코람코자산신탁이 확보해 총 2,700억 원 규모의 데이터센터(IDC) 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주민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분양을 마친 900여 세대 수분양자들은 "아파트 바로 옆에 데이터센터가 들어선다는 사실을 청약 당시 전혀 알 수 없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24시간 쉬지 않고 가동되는 냉각 설비의 소음, 냉각탑에서 방출되는 열기, 고압 전력 인프라로 인한 전자파, 비상 전력 생산을 위해 지하에 매설되는 대형 경유 탱크의 화재 위험 등이 주민들이 꼽는 구체적인 피해 가능성이다. 한 수분양자는 "새 집 분양받은 기쁨이 1년도 안 돼 사라졌다. 어린이집 바로 옆에 데이터센터가 들어선다는 말에 자녀 계획도 미루게 됐다"고 토로했다. 특히 주암지구 업무시설 용지에서 반경 500m 이내에 영유아 시설과 학교 시설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는 점에서 보육·교육환경에 대한 우려가 집중되고 있다.
- 사업자: 웰스어드바이저스(WAD) + 코람코자산신탁 — 특수목적법인(SPC) 구조
- 부지: 과천주암 공공지원민간임대주택 공급촉진지구 내 업무시설 용지
- 규모: 총 2,700억 원 규모 IDC 개발, 1차 에쿼티 투자자 모집 완료
- 인접 현황: 디에이치 아델스타 아파트(900세대)와 도로 10m 내외 거리
- 보육시설: 반경 500m 이내 유치원·어린이집 예정 부지 포함
- 법적 분류: 건축법상 '방송통신시설' — 업무시설 용지에 건립 합법
- 과천시 대응: 2026.4.20 국토부·LH에 지구단위계획 변경 건의, 한전에 계통영향 검토 요청
- 과천시 입장: "건립을 즉각 막을 법적 방법 없다" — 건의 및 협의 단계
과천시는 주민 반발이 커지자 2026년 4월 20일 국토교통부와 LH에 지구단위계획 변경을 공식 건의했다. 핵심 건의 내용은 ▲주거 환경 보호를 위한 데이터센터 입지 재검토 ▲업무시설 용지 내 허용 용도에서 데이터센터 제외 ▲대규모 전력 수요 시설 집중 시 지역 전력망 안정성 확보 방안 마련이다. 아울러 한국전력공사에는 대규모 전력 공급에 따른 계통 영향 검토를 요청했다. 시 관계자는 "데이터센터를 업무시설 용지에 건립하는 것은 현행 건축법상 문제가 없어 당장 막을 수 없다"면서도 "지구단위계획 변경을 통해 허용 용도를 재조정하는 방향으로 주민 입장을 최대한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구단위계획 변경은 국토부와 LH의 동의가 필요하며, 이미 사업자가 부지 매입 본계약을 체결하고 에쿼티 투자자 모집까지 완료한 상황에서 계획 변경이 쉽게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주민들이 특히 주목하는 법적 근거는 과천시가 2020년 7월 4일 직접 제정·시행한 '과천시 전자파 안심지대 지정·운영 조례'다. 이 조례는 어린이집, 유치원, 아동·청소년 시설 등을 전자파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해당 시설을 전자파 안심지대로 지정하고 관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주민들은 "과천시 스스로 영유아를 전자파로부터 보호하는 조례를 만들어 놓고, 이제는 영유아 시설 500m 앞에 대규모 전력 시설인 데이터센터가 들어서도록 사실상 허용하는 것은 자기 모순"이라고 비판한다. 이 조례를 근거로 데이터센터 건립 자체를 막는 직접적 법적 효력은 없지만, 시가 영유아 환경 보호 의무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행정 판단을 해야 한다는 주민들의 압박 논거가 되고 있다.
데이터센터가 주거 밀집 지역에 들어서는 갈등은 과천만의 문제가 아니다. 수도권 전역에서 비슷한 충돌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인천 남동구 도화지구에서도 입주민들이 "주민 동의 없는 데이터센터 추진을 즉각 철회하라"며 후보자들에게 백지화 서약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남양주 화도읍 마석 지역에서는 1조 원 규모 60MW급 데이터센터 추진을 놓고 주민들이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한전 기술 검토 완료는 사업 확정이 아니다"라는 분석을 직접 내놓으며 과도한 기대 심리를 경계하고 있다. 강원 지역에서도 데이터센터의 지역 주민 기여도 대비 환경 부담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2020년부터 2023년 사이 한전에 접수된 데이터센터 전기 사용 예정 통지 1,001건 중 67.7%(678건)가 실수요가 아닌 허수 신청이었다는 한전 자체 감사 결과가 이미 공개된 바 있는데, 이는 데이터센터 개발 붐이 실수요보다 부동산 투기 성격을 띠는 경우가 적지 않음을 보여준다.
- 소음: 냉각 설비(쿨링타워, 에어컨 유닛)가 24시간 365일 가동 — 저주파 포함 지속 소음 발생
- 열배출: 수십 MW급 열을 냉각탑에서 상시 방출 — 여름철 인근 온도 상승
- 전자파: 고압 전력선·변전 설비 밀집 — 장기 노출 영향 논쟁 지속
- 화재위험: 비상발전용 대형 경유 탱크 지하 매설 — 화재 시 대규모 연소 위험
- 교통량: 장비 반입·유지보수 차량 빈번 출입 — 생활도로 혼잡 악화
- 건축법 맹점: 데이터센터는 '방송통신시설'로 분류 — 업무지역 내 설치 합법, 주거지 보호 규정 없음
법적 구조의 허점은 데이터센터 반대 운동이 전국적으로 반복되는 핵심 원인이다. 현행 건축법은 데이터센터를 '방송통신시설'로 분류하며, 업무시설 용지에서의 건립을 허용하고 있다. 주거지 보호를 위한 별도 이격 거리 기준이나 소음·열기 규제 기준도 데이터센터에 특화된 조항이 없다. 이 때문에 분양 광고에 '업무시설 용지'로만 표시된 부지가 추후 데이터센터로 전환되더라도 수분양자가 이를 사전에 알기 어렵고, 나중에 문제를 제기해도 행정적으로 막을 수단이 제한적이다. 국회에서는 데이터센터 입지 기준에 주거지 이격 거리를 포함하도록 하는 법안이 발의됐지만, 아직 국토위 심사 단계를 넘지 못하고 있다. 입법 공백이 과천, 인천, 남양주 등 전국 곳곳에서 동일한 갈등을 반복 생산하는 구조적 배경이다.
과천 주암지구 데이터센터 논란의 향후 분수령은 국토교통부가 과천시의 지구단위계획 변경 건의를 수용하느냐에 달려 있다. 사업자 측은 이미 LH와 부지 매입 본계약을 체결하고 1차 에쿼티 투자자 모집까지 마친 상태로, 계획 변경이 이뤄질 경우 수천억 원 규모의 계약 해제 보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런 배경으로 인해 지방선거를 앞둔 후보들이 "데이터센터 백지화"를 공약으로 내세우면서도 실질적 이행 수단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주민들은 선거 이후에도 시가 계획 변경을 포기하지 않도록 지속적인 행정 감시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과천시 전자파 안심지대 조례와 지구단위계획 변경 건의가 실질적인 결과로 이어지는지, 그리고 이것이 전국 주거 밀집 데이터센터 반대 운동의 선례가 될 수 있는지를 지역 주민들이 예의 주시하고 있다.
이번 논란은 AI 산업 확장과 주거환경 보호가 충돌하는 도시 계획의 딜레마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데이터센터는 인공지능·클라우드·빅데이터 산업의 핵심 인프라이며, 국가 경쟁력과 직결된다. 그러나 그 인프라가 주민 동의 없이 주거 밀집 지역에 밀어 넣어지는 방식으로 공급된다면 사회적 수용성을 얻기 어렵다. 데이터센터의 전국 신청 물량이 급증하는 것과 반비례해 수용성 갈등도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현실에서, 과천 사례는 업무시설 용지 허용 용도에서 데이터센터를 별도 관리하는 법제화, 주거지·보육시설 이격 거리 기준 신설, 분양 단계에서의 주변 개발 계획 완전 공시 의무화 등 제도적 보완책을 서둘러야 한다는 정책 과제를 다시 한번 사회에 던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