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 경마장·방첩사 부지 개발 논쟁 — 세수 10년간 절반 감소, "아파트냐 자족도시냐"
경기 과천시에서 경마장 부지와 방첩사(구 기무사) 부지의 개발 방향을 둘러싼 논쟁이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두 부지는 과천시 전체 면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하며, 어떻게 개발되느냐에 따라 과천시의 인구 구조, 세수 기반, 교통 여건이 근본적으로 달라질 수 있다. 시민들이 제기하는 핵심 우려는 세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 경마장이 사라지면 세수가 줄어드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다. 둘째, 공원과 기반시설 없이 아파트만 빽빽하게 들어서는 과밀 개발에 대한 반발이다. 셋째, 지금도 막히는 과천 교통이 대규모 개발로 더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다. 선거를 앞두고 각 후보들이 이 부지를 어떻게 개발할 것인지 구체적 방향을 내놓아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
시민들의 세수 감소 우려에 대해 일부 후보 측은 경마장 세입 추이 데이터를 근거로 반론을 제기하고 있다. 과천시 경마장 세입은 2016년 906억 원에 달했으나 이후 장기적으로 감소해 최근에는 500억 원 안팎으로 10년 만에 거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 추세의 배경에는 국내 사행 산업 구조 변화가 있다. 온라인 도박과 비대면 사행성 오락이 빠르게 확산하면서 실제 경마장을 직접 방문하는 인구가 구조적으로 줄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마사회가 발표한 자료에서도 오프라인 입장객 수는 2010년대 중반 이후 뚜렷한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개발 찬성 측의 논거는 이 흐름이 이어진다면 경마장 세수를 지키는 것 자체가 점점 비현실적인 목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비교 대상으로 자주 거론되는 곳은 성남시다. 성남은 분당과 판교에 자리 잡은 기업들을 기반으로 2025년 지방세 징수액 2조 7,679억 원, 지방소득세만 8,710억 원으로 경기도 1위를 기록했다. "도시 안에 어떤 산업과 기업을 품느냐"가 세수를 결정한다는 논리로, 경마장이라는 단일 수입원 의존 구조에서 벗어나 첨단기업·미래산업 유치로 안정적이고 다층적인 세수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과천지식정보타운도 이 맥락에서 기획된 사업이며, AI·바이오·반도체 분야 기업 유치를 내세우며 과천을 첨단산업 거점으로 전환한다는 구상이 이번 개발 논의에서도 반복되고 있다. 실제로 판교 테크노밸리가 가져온 성남시 세수 폭증은 과천시민들에게 '기업 도시 전환'의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상상하게 만드는 참조점이 되고 있다.
그러나 개발 방식과 밀도에 대한 주민 불신은 여전히 높다. "첨단기업 유치"라는 명분을 내세우더라도 실제로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는 방식으로 귀결된 사례가 전국 곳곳에 있었기 때문이다. 판교를 기준으로 삼고 싶지만 판교는 이미 수십 년간 IT기업 생태계를 쌓아온 특수한 환경이며, 경마장·방첩사 부지가 당장 비슷한 결과를 낼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는 현실론도 제기된다. 과천 시민들은 과천지식정보타운 개발 이후 나타난 교통 혼잡과 기반시설 부담을 가까이서 경험한 만큼, 경마장·방첩사 부지 개발이 같은 패턴을 반복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택지 분양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용적률을 높이고, 결과적으로 주거 인구만 늘어나면서 기존 주민들이 감당해야 할 교통·학교·인프라 부담이 커진다는 우려다.
방첩사 부지는 경마장과 별도의 맥락이지만 마찬가지로 과천시의 미래를 결정짓는 핵심 입지로 꼽힌다. 방첩사(구 국군기무사령부) 부지는 서울과 인접한 특수한 입지에 있어, 개발 계획이 확정되면 주변 부동산 시장과 생활권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두 부지가 동시에 논의되는 이유는 과천시가 상대적으로 작은 면적에서 이 두 곳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부지 개발 이익이 시민 공공재로 환원되는 구조인지, 민간 자본에 수익이 집중되는 구조인지에 대한 투명한 정보 공개와 시민 논의가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온다.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과천시장 후보들은 이 부지에 대한 구체적인 개발 청사진을 제시해야 하는 압박을 받고 있다. 주민들이 요구하는 것은 단순한 방향 제시가 아니라, 공원 및 녹지 비율, 주거·상업·산업 용도 비중, 교통 영향 평가 결과, 학교·병원 등 공공시설 확충 계획, 시민 공청회 절차 등 실행 가능한 구체안이다. 특히 공원 부족 문제는 과천 기존 주민들이 오래전부터 지적해온 사안으로, 두 부지 개발에서 녹지·공공 공간 확보를 어느 수준으로 보장할 것인지가 주민 수용성의 핵심 조건으로 지목된다. 선거 이후 당선자가 밀어붙이는 개발 계획에 주민이 뒤늦게 반발하는 악순환을 막기 위해, 후보 단계에서 이미 시민 참여 설계 방식을 공약에 포함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온다.
과천시가 경마장 세수에 기대는 구조에서 벗어나려면, 그 대안이 또 다른 의존 구조를 만들지 않도록 설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기업 유치를 목표로 한 첨단 단지가 실제 기업을 유인하지 못할 경우, 결국 주거용 분양으로 전환되는 수순을 밟아온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개발 계획 수립 단계부터 기업 유치 전담 조직 구성, 인센티브 체계, 입주 기업 조건 등을 법적으로 구속력 있게 명시하는 구조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과천시가 경마장과 방첩사라는 두 개의 대형 카드를 어떻게 활용하느냐는 향후 수십 년간의 과천 미래상을 결정짓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