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서구 도시개발·환경 2026년 5월 30일

광주 광천동 재개발 4년, 빈집 사이 길고양이 지키기…시의회 긴급질의·생태통로까지 이끌어낸 주민의 기록

재개발로 사람들이 하나둘 떠난 자리, 광주 서구 광천동 재개발구역에 남겨진 것은 빈집만이 아니었다. 밥자리 훼손과 보안요원의 제지, 철거 계고장까지 맞닥뜨리면서도 4년간 길고양이를 돌봐온 한 주민이 시의회 긴급현안질의와 조합-구청-의회 3자 간담회를 이끌어내 중성화 예산을 추가 확보하고 생태통로 설치까지 약속받았다. 대립에서 협력으로, 개인의 호소가 제도적 성과로 이어진 과정은 전국 재개발 현장에서 반복되는 동물 문제를 지역사회가 어떻게 함께 풀어갈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광주 광천동은 광주 서구 안에서도 대규모 재개발이 진행 중인 구역이다. 오래된 주거지가 밀집한 이 일대에서는 수년에 걸쳐 주민들이 이주를 마치고 빈집들이 하나씩 공가 처리되고 있다. 사람이 빠진 골목에는 전봇대와 담벼락만 남고, 이주 전부터 그 골목을 오가던 길고양이들이 그 자리에 남겨졌다. 2022년 여름, 광천동에 작업실을 두고 있던 한 주민이 그 고양이들에게 처음으로 밥을 챙겨주기 시작했다. 그것이 4년간 이어질 돌봄의 시작이었다.

2024년 1월, 이 주민은 광천동을 떠나 이사를 가면서도 남은 고양이들을 포기하지 않았다. 이미 4마리를 데리고 나왔지만 더 이상 품기 어려운 상황이었고, 구역 안에 남은 개체들이 눈에 밟혔다. 가까운 곳으로 이사를 가서 이틀에 한 번씩 광천동을 찾아 밥을 주는 일이 계속됐다. 당시 이주 마감 기한은 2024년 6월로 알려져 있었다. 그때까지만이라도 어떻게든 버티자는 마음이었다. 4월까지는 큰 문제 없이 돌봄을 이어갔다. 하지만 5월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골목에 공가 처리 스티커가 붙고 입구에 진입금지 띠가 쳐지기 시작했다. 그 무렵부터 급식소가 훼손되기 시작했고, 어느 날은 밥그릇에 스프레이가 뿌려져 있었다.

경비를 맡은 범방요원들이 CCTV를 보고 현장으로 달려와 띠를 넘지 말 것과 밥을 주지 말라는 경고를 했다. 6월에는 '밥을 주지 않는 것이 고양이를 돕는 것'이라는 내용의 안내문이 급식소 주변에 붙었다. 이 주민은 그 글을 읽고 한동안 회의에 빠졌다고 했다. "여러 재개발 현장을 겪은 분들의 현장 경험에서 나온 말이기도 했고, 저도 다른 방법을 몰랐던 시기였습니다." 그래도 포기하지는 않았다. 재개발 일정이 예정보다 늦어진 덕분에 돌봄은 계속됐다.

📋 광천동 재개발구역 길고양이 문제 해결 경과
  • 2022년 여름: 주민, 광천동 작업실 인근 길고양이 돌봄 시작
  • 2024년 1월: 이사 후에도 이틀에 한 번 방문 급식 지속
  • 2024년 5~6월: 급식소 훼손, 범방요원 경고, '밥 주지 말라' 안내문 부착
  • 2024년 12월 31일: 광천동 전체 급식소에 철거 계고장 발부
  • 2025년 초: 진보당 김태진 서구의원 개입, 조합장 직접 면담 주선
  • 서구의회 긴급현안질의: 재개발구역 중성화 예산 추가 편성 이끌어냄
  • 3자 간담회: 서구청·재개발조합·활동가 참여, 생태통로 설치 합의
  • 현재: 생태통로 위치 확정, 범방요원들의 현장 협조 지속

2024년의 마지막 날, 상황은 다시 급박해졌다. 광천동 재개발구역 안에 있는 급식소 전체에 철거 계고장이 붙었다. 개인이 비공식으로 운영하는 밥자리에 대한 주의나 경고 수준이 아니라, 조합 차원의 공식 조치가 시작된 것이었다. 이 주민은 같은 활동을 하는 동료 활동가의 소개로 진보당 김태진 광주 서구의원을 만나게 됐다. 서구 간담회 자리에서 광천동 길고양이 상황을 설명하자, 의원은 그 자리에서 바로 조합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후 직접 조합을 찾아 상황을 설명하는 역할도 맡았다.

중간에서 소통 창구 역할을 한 의원의 개입 이후 흐름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급식소 철거 문제가 해결됐고, 밥자리를 구역 외부로 조금씩 이동하는 작업이 가능해졌다. 이 밥자리 이동은 고양이들이 재개발구역 밖으로 자연스럽게 이동하도록 유도하는 핵심 과정이다. 구역 안에만 급식소가 있으면 고양이들이 구역을 떠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뿐 아니라 의원은 서구의회 긴급현안질의를 통해 광천동 재개발구역 길고양이 중성화 문제를 공식적으로 제기했다. 한정된 자치구 중성화 사업비로는 수가 많은 광천동 고양이들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받아들여져, 재개발구역 중성화 예산이 별도로 추가 편성됐다.

간담회도 여러 차례 열렸다. 서구청, 재개발조합, 현장 활동가가 한자리에 모여 고양이들의 안전한 이주를 위한 현실적인 방법을 논의했다. 범방팀장이 간담회에 직접 참석해 현장에서 협조할 수 있는 부분을 약속했다. 실제로 이후 범방요원들은 지하실이나 빈집에 갇힌 고양이를 꺼내주거나, 아파트 지하실 문을 합판으로 막아주는 작업에 협조했다. 구역 안쪽에서 계속 급식하는 사람이 있으면 제지하고, 중성화가 필요한 개체가 발견되면 돌보미 활동가와 연결해주는 역할도 했다. 행정과 개인 활동가 사이의 갈등 구조가 협력 구조로 전환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가장 의미 있는 성과 중 하나는 생태통로 설치 합의다. 재개발 철거가 본격화되면 구역 안에 남은 고양이들이 이동할 수 있는 통로가 막힌다. 펜스와 중장비 사이에서 길을 잃은 고양이들이 사고를 당하거나 구역 안에 갇힐 수 있다. 간담회에서 이 문제를 제기한 결과 생태통로 설치가 합의됐고, 현재는 위치까지 확정된 상태다. 재개발 현장에서 동물을 위한 생태통로가 공식 합의로 이뤄진 사례는 국내에서 드물다. 이 주민이 4년간 개인적 헌신으로 이어온 활동이 결국 제도적 변화의 계기가 됐다.

범방요원들의 협조는 처음부터 있었던 것이 아니다. 초기에는 CCTV로 감시하며 띠를 넘은 활동가를 제지하고 밥을 주지 말라고 경고하는 쪽이었다. 그러나 의원이 중간에서 소통 창구가 되고 조합과 구청이 함께 앉아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되자 현장 분위기도 달라졌다. 범방팀장이 간담회에 직접 참석해 협조를 약속한 이후, 실제로 빈집에 갇힌 고양이를 꺼내주고, 아파트 지하실 문을 합판으로 막아주고, 안쪽에서 급식을 계속하는 사람을 제지해주는 등의 현장 협력이 이뤄졌다. 행정 집행자와 현장 활동가가 대립 관계에서 협력 관계로 전환된 것이다. 이 전환의 핵심은 의원이라는 제도권 중개자가 양측 사이에서 신뢰와 대화의 공간을 구축했다는 점이다.

이 사례가 주목받는 이유는 재개발 현장에서 반복되는 구조적 문제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전국 각지에서 오래된 주거지가 재개발될 때마다 비슷한 상황이 벌어진다. 주민이 이주하면서 기르던 동물을 버리고 가거나, 돌봄 공백 속에서 길고양이 개체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난다. 중성화되지 않은 개체들이 구역 안에 고립되고, 철거 과정에서 다수가 사고를 당한다. 이를 막으려는 개인 활동가들은 행정과 마찰을 빚으며 고립된 싸움을 이어가는 경우가 많다. 현행 동물보호법과 각 지자체 조례는 재개발구역 내 동물 처우에 대한 명확한 규정을 두지 않아 활동가들이 법적 보호 없이 활동하는 구조다. 광천동의 경우는 의회가 개입해 행정-조합-활동가 사이의 소통 구조를 만들어낸 점에서 하나의 참조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중성화 예산 추가 편성도 중요한 성과다. 길고양이 문제에서 중성화는 개체 수 조절의 핵심이다. 중성화되지 않은 상태로 구역이 폐쇄되면, 고양이들이 주변 지역으로 흩어지면서 새로운 지역사회와 충돌을 일으킬 수 있다. 반대로 충분히 중성화된 개체들은 이동하더라도 추가적인 번식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 기존 광주 서구의 중성화 사업비는 광천동 전체 고양이를 감당하기에 턱없이 부족했다. 서구의회 긴급현안질의를 통해 이 문제가 공식 의제가 되면서 재개발구역 전용 중성화 예산이 추가 편성됐다. 예정보다 더 많은 개체들의 중성화가 가능해졌고, 이는 광천동 외부로 퍼지는 고양이들로 인한 지역 갈등을 줄이는 예방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현재 광천동 재개발구역은 본격적인 철거를 앞두고 하나씩 펜스가 세워지고 있다. 이 주민은 아이들이 안전하게 구역 바깥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밥자리를 조정하고 중성화 미완료 개체를 파악하며 하루하루를 바쁘게 보내고 있다고 했다. 이 활동은 남도일보 지역 언론에도 보도됐다. 단순한 개인 민원이 아니라 재개발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남겨지는 동물의 문제를 지역사회가 함께 다뤄야 할 공공 의제로 만든 것이다. 재개발이 끝난 뒤 들어서는 새 아파트 단지에서도 주변 지역으로 흩어진 길고양이 문제는 반드시 다시 등장하게 되어 있다. 새 입주민과의 마찰, 민원, 또 다른 갈등의 씨앗이 된다. 그때를 대비해 중성화율을 높이고 개체들을 안전하게 분산시키는 지금 이 과정이 결국 미래의 갈등을 줄이는 선제 투자이기도 하다. 광주뿐 아니라 전국 곳곳에서 재개발이 진행 중인 지역의 행정, 조합, 활동가들이 참고할 수 있는 구체적 선례로 남을 전망이다. 4년간 포기하지 않은 한 사람이 결국 예산을 바꾸고, 생태통로를 만들고, 제도를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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