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TX-A 삼성역 기둥 철근 2,570개 누락 — 서울시 해명에도 진상규명 촉구 잇따라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 삼성역 지하 5층 공사 현장의 기둥 80개 중 50개에서 철근 2,570여 개가 누락된 채 시공된 사실이 확인됐다. 서울시는 보강 계획을 밝히며 개통 일정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고 했지만, 사전 보고를 6개월간 지연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국회 진상규명 요구와 경기 도민들의 박탈감이 커지고 있다.
2026년 5월 15일, MBC는 "강남 한복판 GTX 지하 공간에서 철근 2,500개가 빠져 있다"고 단독 보도했다. 문제가 된 곳은 서울시가 위탁 시행 중인 '영동대로 지하공간 복합개발 3공구' 공사 현장의 지하 5층 GTX-A 승강장 기둥이다. 조사 결과 전체 기둥 80개 중 50개가 설계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고, 누락된 철근만 약 2,570개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보도가 나간 날, 국토교통부는 6월 예정이던 삼성역 무정차 통과 및 GTX-A 전 구간 연결 일정을 무기한 연기한다고 발표해 성남·용인·화성 등 경기 도민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이 사건이 단순한 시공 실수를 넘어 행정 불신 문제로 번진 것은 '보고 지연' 의혹 때문이다. 국가철도공단이 공개한 경위에 따르면 시공사인 현대건설은 이미 2025년 10월 30일 서울시에 철근 누락 사실을 보고했다. 11월 5일에는 서울시 행정2부시장이 직접 공사 현장을 방문했다. 그런데 서울시는 이후 6개월가량 국토교통부와 국가철도공단에 이 사실을 직접 보고하지 않았다. 2026년 4월 24일에는 이메일 한 통으로 '기둥 보강 자문회의 참석 요청'을 보내는 것으로 보고를 대신하려 했고, 공단이 4월 28일 공식 보고를 강력히 요청해서야 4월 29일에 국토부와 공단이 구체적 내용을 인지하게 됐다.
- 2025.10.30 — 현대건설, 서울시에 철근 누락 사실 보고 (현장 소장 브리핑)
- 2025.11.5 — 서울시 행정2부시장 공사 현장 방문
- 2026.4.24 — 서울시, 공단에 이메일로 "보강 자문회의 참석 요청"만 발송
- 2026.4.28 — 국가철도공단, 서울시에 사실관계 보고 강력 요청
- 2026.4.29 — 국토부·공단 내용 인지, 긴급안전점검 착수
- 2026.5.8 — 긴급안전점검 완료: "구조물 이상 없음" 확인
- 2026.5.15 — MBC 보도 → 삼성역 무정차 개통 무기한 연기 발표
- 2026.5.18 — 서울시 팩트브리핑 + 국가철도공단 해명자료
- 2026.5.20 — 국가철도공단, 한국콘크리트학회(인하대 이종한 교수팀) 검토 용역 착수 (5~9월)
서울시는 5월 18일 팩트브리핑을 통해 "기둥 철근 누락 부분에 대해 설계 기준 이상으로 보강 예정이며, GTX-A 삼성역 무정차 통과 일정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또 "구조물에 대한 긴급안전점검(4.29~5.8)을 추가 시행해 이상이 없음을 확인했으며, 시공 오류 원인에 대해 철저히 조사하고 감리·시공 과정에서의 책임 여부를 관련 법령에 따라 조치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국가철도공단은 같은 날 해명자료에서 "서울시가 4월 29일 이전까지 단 한 차례도 직접 보고하거나 협의하지 않았다"며 "중대결함을 개통에 영향을 주는 시점까지 감추려 했던 사실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다"고 맞받아쳤다. 서울시의 해명과 공단의 반박이 정면으로 엇갈리면서 진실 규명에 대한 요구는 오히려 커졌다.
국회에서도 목소리가 나왔다.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화성정)은 5월 2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우리 지역인 동탄에서 서울역을 거쳐 파주까지 이어지는 노선이기 때문에 이 사안을 더욱 엄중하게 느낀다"며 "철근 누락은 붕괴 참사로 이어질 수 있는 심각한 위험 요소"라고 경고했다. 그는 "오세훈 시장과 서울시의 안일한 대응으로 시민의 안전이 위협받고 노선 정상화가 차질을 빚는 일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며 서울시가 400쪽 분량의 정기 보고서에 '기둥 보강'이라는 모호한 표현으로 중대한 안전 문제를 묻으려 했다는 점도 강하게 질타했다. 국가철도공단도 "건설사업관리보고서에 내용이 일부 포함됐다는 사실 자체가 보고라고 보기 어렵다"고 맞장구를 쳤다.
경기 도민들의 박탈감은 특히 크다. GTX-A는 화성 동탄에서 서울역을 거쳐 파주까지 연결하는 노선으로, 성남·용인·화성 주민들이 강남 출근 시간 단축을 기대하며 수년간 기다려온 교통망이다. 용인 동백 주민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지역 단체는 "개통 시기에 맞춰 출퇴근 계획을 세우고 일상의 변화를 준비해온 주민들의 기대가 한순간에 무너졌다"며 국민신문고에 공식 민원을 제출했다. 이 민원서에는 3개 시(성남·용인·화성) 기초단체장을 수신으로 기재해 지역 행정이 주민의 억울함을 대변해 달라는 요청도 담겼다. 일각에서는 보강 공사와 안전 검증이 완료되기까지 최소 1년 이상이 추가로 소요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안전 검증의 실효성 문제도 제기된다. 국가철도공단은 5월 20일 '한국콘크리트학회(책임연구원 인하대학교 이종한 교수)'에 구조 안전성 검토 용역을 맡기고 2026년 5월부터 9월까지 약 4~5개월간 진행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서울시는 이미 자체 긴급안전점검에서 "구조물에 이상이 없다"고 결론을 냈다. 독립적인 외부 기관이 다른 결론을 낼 경우 책임 소재 논란이 재점화될 수 있으며, 반대로 같은 결론이 나오더라도 설계도대로 시공하지 않은 행위 자체에 대한 법적 책임은 별도로 규명돼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건설기술진흥법과 건설공사 사업관리 지침은 감리 주체가 중대한 시공 오류를 발견했을 때 즉시 발주청과 인허가 기관에 보고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그 보고 의무가 실제로 얼마나 형식적으로 작동하는지를 여실히 드러낸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GTX-A 삼성역 철근 누락 사태는 단순히 하나의 역사(驛舍) 공사 문제가 아니다. 수도권 광역 철도망을 민간투자와 공공 위탁 방식으로 추진할 때 발주청·시공사·감리사·공단 사이의 정보 공유와 책임 구조가 어떻게 작동해야 하는가를 묻는 구조적 질문을 던진다. 서울시가 현대건설로부터 최초 보고를 받은 2025년 10월부터 국토부가 이 사실을 인지한 2026년 4월까지 6개월의 공백 동안 누가 어떤 판단을 했고, 왜 그 사실이 국가철도공단과 국토부에 적시에 전달되지 않았는지가 이번 감사와 조사의 핵심이 돼야 한다. 이 질문에 답하지 않으면, 같은 방식으로 추진되는 다른 대형 철도 사업에서도 유사한 문제가 반복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