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TX D·E·F부터 G·H까지 — 5차 국가철도망 앞두고 공약 과열, 민자업계 "1기도 정상화 안 됐다"
정부가 올해 하반기 발표 예정인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D·E·F 노선 반영을 검토하는 가운데, 6·3 지방선거를 앞둔 경기도 지자체장들은 G·H 노선까지 핵심 공약으로 제시하며 확장 경쟁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현재 운영 중인 1기 GTX(A·B·C)가 운영손실·공사비 갈등·안전 논란으로 몸살을 앓는 상황에서 민자업계는 냉랭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올 하반기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른바 '2기 GTX'로 불리는 D·E·F 노선의 반영 여부가 핵심 관심사로 떠오른 가운데, 경기도 지자체장 후보들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G·H 노선까지 교통 공약으로 제시하고 있다. 총 8개 노선으로 GTX를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교통 수혜를 기대하는 경기 도민 입장에서는 반갑게 들릴 수 있는 소식이지만, 정작 사업을 실제로 추진해야 하는 민자업계와 건설업계에서는 "현재 진행 중인 1기도 잡음이 끊이지 않는데 추가 확대가 웬 말이냐"는 회의론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2기 GTX로 불리는 D·E·F의 노선 계획은 이미 윤곽이 잡혀 있다. GTX-D는 Y자 형태로 인천공항과 김포 장기에서 각각 출발해 강남을 거쳐 하남 교산~팔당 방면과 강원 원주 방면으로 나뉜다. GTX-E는 인천공항에서 대장·연신내·광운대를 지나 덕소까지 이어지는 동서축 노선이다. GTX-F는 의정부·대곡·김포공항·부천종합운동장·수원·교산·왕숙2 등을 잇는 수도권 외곽 순환형 노선으로 계획돼 있다. 세 노선 중 GTX-D의 일부인 '서부권 광역급행철도' 구간은 2025년 7월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하면서 추진 가능성이 가장 구체화됐다. 나머지 구간과 E·F 노선은 여전히 경제성 우려가 제기되며 불투명한 상태다.
- GTX-D: Y자형, 인천공항+김포 장기 → 강남 → 하남 교산~팔당/강원 원주
- GTX-E: 인천공항 → 대장·연신내·광운대 → 덕소 (동서축)
- GTX-F: 의정부·대곡·김포공항·부천종합운동장·수원·교산·왕숙2 (외곽 순환)
- D 일부 '서부권 광역급행철도': 2025년 7월 예타 통과
- E·F: 경제성 우려 지속, 추진 불투명
- 경기 지자체장 후보 공약: G·H 노선까지 추가 추진 제시
공약 경쟁의 실상을 들여다보면 6·3 지방선거가 기저에 있다. 교통 인프라 공약은 지역민의 표심을 직접 자극하는 가장 강력한 도구 중 하나다. 특히 신도시와 택지지구가 밀집한 경기도에서 "우리 지역에 GTX 노선을 놓겠다"는 공약은 후보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효과적이다. 문제는 공약의 구체성과 실현 가능성이다. G·H 노선은 국토부가 공식적으로 검토를 시작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선거 공약으로 먼저 등장하고 있다. 수도권 교통망 계획이 선거 주기에 맞춰 부풀려지고, 선거 이후 조용히 축소되는 패턴이 반복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1기 GTX(A·B·C)의 현실은 냉혹하다. GTX-A는 삼성역 개통 지연으로 운영사업자가 수백억 원 규모의 운영손실 보전금을 정부로부터 지원받은 데 이어, 최근 삼성역 지하 5층 기둥에서 철근 2,570개가 누락 시공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무정차 개통이 무기한 연기됐다. GTX-C는 공사비 증액 갈등이 수년간 이어지다 2026년 4월에야 착공에 들어갔으나, 청량리 변전소 설치를 둘러싼 주민 민원이 남아 있어 사업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태다. 여기에 신안산선 붕괴 사고 이후 수도권 민자철도 사업 전반의 안전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건설사들의 부담도 커졌다.
민자업계 내부에서는 이미 GTX를 "독이 든 성배"로 인식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는 증언이 나온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과거에는 대형 건설사라면 GTX 노선 하나 정도는 맡아야 한다는 분위기가 있었지만 지금은 전혀 다르다"며 "코로나19 이후 공사비가 급등한 데다, 수도권 노선 특성상 주민 민원과 보상 이슈까지 겹치면서 정해진 공기 내 준공이 쉽지 않은 사업이 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GTX-A·B·C조차 아직 안정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추가 GTX 확대론만 나오고 있다"며 "정부가 재정사업으로 전부 추진할 계획이 아니라면 민자 철도사업 구조 전반에 대한 개선책부터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논쟁에서 두 가지 구조적 문제가 동시에 드러나고 있다고 분석한다. 하나는 선거 주기와 대형 인프라 계획의 충돌이다. GTX 같은 광역 철도망은 10~20년의 긴 호흡으로 기획·검증·추진돼야 하는 사업인데, 4년 주기 선거에서 매번 새로운 노선이 공약으로 제시되면서 계획의 일관성이 훼손된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민자사업 구조의 근본적인 취약성이다. 현재의 민자 철도사업 방식은 공사비 변동 리스크와 수요 불확실성을 민간이 과도하게 부담하는 구조로 설계돼 있어, 대형 건설사들이 수익성보다 리스크를 먼저 계산하게 만든다. 추가 GTX 노선의 실현 가능성을 높이려면 공약 이전에 이 구조를 고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 발표가 다가오는 지금, 경기 도민들의 기대와 현실 사이의 간극은 어느 때보다 크다. 동탄·성남·수원·화성·하남 등 수도권 곳곳에서 GTX 수혜를 기다려온 주민들에게 새 노선 공약은 반갑게 들린다. 그러나 GTX-A 삼성역 무정차 개통이 철근 누락으로 무기한 연기되는 현실을 목격한 지금, 공약과 계획이 실제 착공으로 이어지기까지 얼마나 긴 길이 남아 있는지는 더 이상 낯선 이야기가 아니다. 1기 GTX를 안전하게 정상화하고, 민자 구조의 취약점을 보완한 위에서 2기를 논의하는 것이 경기 도민의 이동권을 실질적으로 보호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