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47층 오피스텔 하향식 피난구 '설계 미스' 논란 — 세탁기 문 열리면 비상 사다리 막혀
인천의 한 47층 초고층 오피스텔에서 발코니 하향식 피난구 바로 옆에 세탁기와 건조기가 배치된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일고 있다. 아래층 세탁기 문이 열려 있을 경우 위층에서 내려오는 비상 사다리가 걸려 끝까지 펼쳐지지 않는다. 시공사가 내놓은 답변은 "세탁기 문을 항상 닫아달라"는 안내문 한 장뿐이었다.
논란이 된 인천 오피스텔 발코니에는 하향식 피난구가 설치됐지만, 바로 옆 공간에 세탁기와 건조기가 함께 배치됐다. 문제는 긴박한 화재 상황에서 아래층 세대의 세탁기 문이 열려 있을 경우, 위층에서 내려오는 비상 사다리가 문에 걸려 완전히 펼쳐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불이 나면 먼저 아래층 이웃에게 "세탁기 문을 닫아달라"고 연락해야 하는 황당한 구조가 현실화된 것이다.
이 사실을 확인한 입주예정자들이 강력히 항의했지만, 시공사 측은 "세탁기와 건조기 문을 항상 닫아두라"는 안내문을 배포하는 것으로 대응을 갈음했다. 입주민들은 "사람의 생명과 직결된 피난 시설을 이런 식으로 안일하게 처리해도 되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관할 소방서가 현장 점검을 실시한 결과, "법적인 위법 사항은 없으나 대피에 지장을 줄 우려가 있어 개선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현행 법령상 피난구 설치 자체는 기준을 충족한 것으로 인정됐기 때문에 강제 조치는 어려운 상황이다. 시공사는 법적 기준을 맞췄고 옥상 대피 공간이 별도로 있다는 이유로 피난구 위치 조정이 어렵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문제가 발생한 세대 수는 단지 내 118세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입주민들은 실제 화재 시 피난구 사용이 불가능할 경우 책임 소재를 두고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전국 각지의 고층 오피스텔 입주 예정자들도 자신의 세대 피난구 주변 구조를 직접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