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초전신도심 42만 평, 아파트만 짓기엔 아까운 땅…MICE·컨벤션 복합개발 목소리
남강 수변축을 낀 경남 진주 초전신도심 예정지에 단순 주거지 개발을 넘어 전시·컨벤션·상업·수변공원이 결합한 서부경남 중심 업무지구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 높아지고 있다. 부산 BEXCO·대전 DCC·창원컨벤션센터와 비교할 때 진주 초전이 가진 입지 조건이 그 어느 신도심 못지않다는 분석이다. 남부내륙철도·항공우주산업 클러스터와 시너지가 더해지면 서부경남의 자족 성장축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다시 부상하고 있다.
경남 진주 초전신도심 예정지는 오랫동안 '잠든 땅'으로 불렸다. 수십만 평에 달하는 평탄한 부지가 남강과 인접해 있고, 경남도 서부청사와 종합실내체육관, 초전공원 등 공공시설이 이미 자리를 잡고 있다. 하지만 지역 주민들은 "이 땅이 아파트 단지로만 채워진다면 서부경남이 100년을 써야 할 기회를 날리는 것"이라고 비판한다. 최근 진주시민들 사이에서 초전신도심을 대전 DCC(대전컨벤션센터)나 부산 BEXCO처럼 MICE(국제회의·전시·인센티브관광·이벤트) 복합지구로 개발해야 한다는 제언이 다시 활발해지고 있다.
지난주 대전을 다녀온 한 진주 주민은 "정부청사 옆에 한밭수목원, 갑천 수변공원, DCC, 신세계백화점, 랜드마크 호텔이 하나의 권역으로 묶여 있는 것을 보고 진주 초전이 떠올랐다"고 말했다. 부산 BEXCO는 수영강과 해운대권에 인접해 있고,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도 광주천 수변축에 자리한다. 창원컨벤션센터 역시 하천 수변공원과 체육시설, 행정업무지구가 연결된 구조다. 이들 시설의 공통점은 컨벤션 건물 하나만 세워진 게 아니라 수변·녹지·상업·숙박·행정 기능이 유기적으로 붙어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MICE 산업은 단독 시설로는 작동하지 않는다. 전시·회의·숙박·식음·관광·쇼핑이 반경 도보 이동 거리 안에 모여야 비로소 행사 유치 경쟁력이 생긴다"고 설명한다.
| 시설명 | 도시 | 수변 연계 | 인근 앵커시설 |
|---|---|---|---|
| BEXCO | 부산 | 수영강·해운대 | 신세계백화점·해운대관광특구·호텔 |
| DCC | 대전 | 갑천 수변공원 | 정부청사·한밭수목원·신세계·랜드마크호텔 |
| 김대중컨벤션센터 | 광주 | 광주천 인접 | 무등산 관광축·상무지구 상업 |
| 창원컨벤션센터 | 창원 | 수변공원 | 체육시설·행정업무지구·도청 |
| 초전신도심(예정) | 진주 | 남강 직접 인접 | 경남서부청사·체육관·초전공원 |
진주 초전신도심이 갖는 가장 큰 강점은 남강이다. 유네스코 창의도시 음식 분야에 선정된 진주는 남강유등축제와 진주성 등 전국구 관광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외지 방문객이 하룻밤 이상 머물며 소비하는 체류형 관광으로 연결할 숙박·컨벤션 인프라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진주는 산과 구릉이 많은 도시 특성상 넓고 평탄한 수변 부지가 극히 드물다. 초전신도심 예정지는 남강과 직접 맞닿아 있고, 비봉산·선학산 녹지축을 통해 진주성·촉석루·남강유등축제 원도심 문화 자원과도 연결된다. 관광객이 숙박시설에서 하룻밤을 묵고, 남강 수변을 걷고, 원도심 문화유산을 방문하는 동선이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다. 진주를 처음 방문한 외지인에게 도시의 첫인상을 각인시킬 수 있는 공간이 초전에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대신로라는 진주에서 가장 곧고 넓은 간선도로가 진주IC와 직결되어 있어 광역 접근성도 뛰어나다.
도로망 미래 계획까지 고려하면 초전의 교통 잠재력은 더욱 커진다. 현재 추진 중인 선학산터널이 개통되면 원도심·평거·서진주권에서 초전·금산권까지 이동 시간이 대폭 단축된다. 제2금산교가 완성되면 남강을 사이에 두고 마주한 혁신도시와 초전 간 연결이 강화된다. 문산~집현 외곽도로가 완성되면 초전은 금산·집현·문산·혁신도시·진주IC를 잇는 동북부 교통 결절점이 된다. 즉 지금은 초전이 '끝자락'처럼 보이지만 이 인프라가 완성되는 시점에는 진주 시내 어디에서도 15~20분 내로 접근 가능한 광역 중심지가 된다는 뜻이다.
"진주 같은 중소도시에 무슨 MICE냐"는 반론도 있다. 현실적으로 부산 BEXCO나 대전 DCC 규모를 당장 따라가기는 어렵다. 그러나 주민들의 제언은 당장 대형 컨벤션센터를 짓자는 것이 아니다. 핵심은 단계별 개발 방향을 처음부터 MICE 복합지구로 설정하느냐, 아니면 아파트 위주 택지로 소비하느냐의 차이다. 경남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MICE 참가자 1인당 국내 체류 소비액은 일반 관광객의 약 2.4배다. 소규모 컨벤션 시설이라도 전국 학회·기업 연수·박람회를 유치하면 지역 숙박·식음·소매 업종 전반에 낙수 효과가 발생한다. 한 번 아파트로 채워지면 다시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이 공통된 위기의식이다.
실제로 지방 중소도시 중 컨벤션 기능을 먼저 갖춘 도시와 그렇지 않은 도시의 인구 흡수력 차이는 데이터로 뚜렷하게 나타난다. 2015~2024년 사이 전시·컨벤션 시설을 신규 조성한 충북 청주(청주컨벤션센터), 경북 구미(구미코) 등은 같은 기간 주변 유사 규모 도시보다 기업 유치 건수와 인구 순유입 면에서 상대적으로 나은 성적을 보였다. 반면 주거 택지만 계속 공급한 도시들은 인구가 분산·유출되는 패턴이 반복됐다. 진주 주민들이 초전신도심 개발 방향을 두고 "지금 결정이 20~30년 뒤를 결정한다"고 강조하는 배경이다.
서부경남의 구조적 위기도 이 논의를 뒷받침한다. 통계청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경남 서부권(진주·사천·하동·남해·고성 등)은 2040년까지 현재 인구의 15~20%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부산은 경남 동부 끝에 치우쳐 있어 서부경남 전체의 광역 중심 기능을 담당하기 어렵다. 결국 진주가 교육·의료·행정을 넘어 전시·컨벤션·기업 업무·문화 기능까지 흡수하는 자족도시로 성장해야만 서부경남 전체가 소멸 압력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인구 42만의 진주가 60만·70만 도시로 도약하기 위한 촉매가 필요하며, 초전신도심은 그 촉매를 담을 그릇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남부내륙철도와 항공우주산업 클러스터도 변수다. 남부내륙고속철도(김천~거제, 진주 경유)가 예정대로 개통되면 진주는 부산·울산·창원과 함께 경남권 광역철도망의 거점이 된다. 진주·사천에 집중된 KAI(한국항공우주산업)·LIG넥스원 등 방산·항공우주 클러스터와 연계해 전국 단위 산업 전시·컨퍼런스를 유치할 수 있는 배후 인프라가 초전에 갖춰진다면 시너지는 배가된다. LH 등 공공기관이 모인 혁신도시 방문객이 컨벤션·숙박·상업 기능을 초전에서 원스톱으로 해결할 수 있는 구조도 함께 만들어진다.
역대 경남도지사들도 이 가능성을 인식했다. 홍준표 도지사 시절 추진된 서부대개발 구상에서 진주·사천·서부경남을 하나의 자족 성장권역으로 묶으려는 큰 그림이 있었고, 이후 행정부도 그 연장선에서 초전신도심 개발을 단순 택지가 아닌 전략 부지로 바라봤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당시 개발 조감도를 보면 전시·컨벤션·업무 기능을 남강 수변축에 배치하고, 배후에 주거·상업을 연계하는 복합 구상이 담겨 있었다. 진주시민들은 현 경남 도정이 이 큰 그림을 얼마나 이어가고 있는지에 주목하고 있다. 정치적 의지 없이는 42만 평이 그저 아파트 숲으로 채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지방선거 후보들이 초전신도심 개발 청사진에 대해 어떤 구체적 공약을 내놓는지를 주민들이 꼼꼼히 들여다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초전신도심을 둘러싼 논의가 이번에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단순한 지역 개발 열망 때문만이 아니다. 2026년은 남부내륙고속철도 예비타당성 결과와 경남 서부청사 주변 공공개발 계획이 구체화되는 시점이기도 하다. 이 시기를 놓치면 초전신도심의 개발 방향은 수십 년간 고착될 수 있다. 주민들은 "지금 당장 컨벤션센터 한 동을 짓자는 게 아니라, 토지이용계획 단계에서부터 MICE 복합지구 용도를 확보해 놓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용도지구 지정 없이 아파트 부지로만 분양되고 나면 나중에 공공 용도로 환수하는 것은 천문학적 비용이 든다. 처음 설계 단계에서 방향을 잡는 것과 나중에 되돌리는 것의 비용 차이가 핵심이다.
진주 초전신도심의 미래는 단순히 초전동 개발 문제가 아니다. 서부경남 전체가 부산·창원 중심 동부경남과 균형을 이루는 독자적 자족권역으로 성장할 수 있느냐의 분기점이다. 남강 수변, 광역교통망, 혁신도시·항공우주 산업 시너지, 진주 원도심 문화유산 관광축이라는 네 가지 자산이 겹치는 이 땅이 '단순 아파트 신도시'로 소모될 경우, 그 기회비용은 진주 한 도시만의 것이 아니라 서부경남 전체가 떠안는 손실이 된다. 도시는 인구 숫자만으로 커지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이 찾아오고, 머물고, 소비하고, 행사를 열 수 있는 공간을 먼저 만들어야 인구가 따라온다. 초전신도심이 그 공간이 될 수 있는지는 결국 지금 이 순간의 정치적 결정과 주민의 감시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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