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희동 전기차 2대 전소, 범인은 배터리 아닌 멀티탭…전기화 시대 누전 화재 경보
서울 연희동에서 현대 아이오닉5와 BYD 씨라이언7이 나란히 전소된 화재의 최종 원인이 멀티탭 과전류로 공식 확정됐다. 한국교통안전공단(TS)과 서울소방재난본부가 합동 조사를 마무리한 결과, 두 전기차의 배터리는 화염 속에서도 완전히 정상 상태였다. 전기차 포비아가 재점화될 뻔했던 사고의 진짜 범인은 퓨즈도 없는 저용량 일반 멀티탭이었다.
사고는 2026년 2월 7일 새벽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한 주택에서 발생했다. 주택 주차장에 세워져 있던 현대자동차 아이오닉5와 중국산 BYD 씨라이언7이 불에 타면서 주택까지 전소됐다. 거주자들은 다행히 무사히 대피했고 유독 물질도 검출되지 않았지만, 전기차 두 대가 주차장에서 동시에 전소됐다는 사실만으로 '제2의 청라 화재'가 아니냐는 우려가 쏟아졌다. 특히 BYD 씨라이언7에 LFP 배터리가 탑재된 점이 알려지면서 중국산 배터리에 대한 의혹이 급격히 확산됐다.
그러나 당국의 조사 방향은 처음부터 배터리가 아닌 외부 요인으로 기울어져 있었다. 한국교통안전공단(TS)은 1차 현장 조사에서 전기차 배터리 내부에서 발화 흔적을 전혀 찾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이후 서울소방재난본부, TS, 현대자동차, BYD 측이 참여하는 합동 정밀 조사가 수개월간 진행됐다. 최근 이 조사가 최종 마무리되면서 발화 원인이 공식 확정됐다. 발화점은 이동형 충전기와 벽면 콘센트 사이에 연결돼 있던 멀티탭이었다. 두 개의 멀티탭이 직렬 연결된 상태에서 3kW급 전기차 이동형 충전기에 과전류가 흘렀고, 퓨즈가 없는 저용량 일반 멀티탭에서 스파크가 튀어 주변 천 소파로 옮겨붙으면서 대형 화재로 번졌다.
두 전기차의 배터리 상태는 화재 후 조사에서 완전히 정상으로 확인됐다. 현대 아이오닉5의 배터리는 셀 단위의 손상이나 열폭주 흔적이 없었으며,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 데이터까지 고스란히 보존돼 있었다. BYD 씨라이언7의 경우 충전 케이블이 연결된 상태였음에도 충전 단자와 충전기에서 단선이나 발화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고, 화재 당시 배터리 잔량도 95%를 유지하고 있었다. BYD 측은 "이동형 충전기에서 비정상 입력 신호를 감지해 자체 보호 로직이 작동, 충전을 자동 차단했다"고 설명했다. LFP 배터리를 탑재한 중국 전기차가 발화 원인이라는 의혹은 사실 무근으로 결론 났다.
- 2026년 2월 7일 새벽 —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주택 주차장 화재
- 피해 차량: 현대 아이오닉5 + BYD 씨라이언7 2대 전소
- 발화 경로: 이동형 충전기 → 멀티탭 2개 직렬 연결 → 과전류 스파크 → 소파 발화
- 발화 지점: 고용량 멀티탭이 아닌, 거기에 연결된 퓨즈 없는 10A급 일반 멀티탭
- 두 전기차 배터리 상태: 완전 정상 (열폭주 없음, BMS 데이터 보존)
- 씨라이언7: 충전 중단 보호 로직 정상 작동, 잔량 95% 유지
- 최종 조사 기관: 한국교통안전공단(TS) + 서울소방재난본부 합동
이번 화재의 직접 원인이 된 멀티탭은 퓨즈가 없는 일반형 제품으로, 최대 허용 전류가 약 10A(220V 기준 2.2kW)에 불과한 것으로 소방본부는 파악했다. 3kW급 이동형 전기차 충전기를 이런 멀티탭에 연결하는 것은 정격 용량을 초과하는 행위다. 전문가들은 3kW급 이상의 고용량 기기는 반드시 벽면 콘센트에 직접 연결하거나, 16A 이상의 고용량·퓨즈 내장 멀티탭을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번 사고 현장에는 스위치가 달린 멀티탭이 사용됐지만, 스위치와 퓨즈는 전혀 다른 기능이라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스위치는 전류 공급만 차단할 뿐, 과전류 발생 시 자동으로 차단되는 안전장치인 퓨즈가 없으면 과부하 사고를 막을 수 없다.
소방청 통계는 전기화 시대의 화재 위험성을 숫자로 보여준다. 전체 화재 중 전기적 요인으로 인한 비율은 2015년 20.2%에서 2024년 28.1%로 꾸준히 상승했다. 같은 기간 전체 화재 건수는 4만 4,435건에서 3만 7,614건으로 줄었지만, 전기 화재는 오히려 8,980건에서 1만 587건으로 증가했다. 특히 멀티탭 화재는 2015년 114건에서 2024년 337건으로 약 3배 급증했다. 절대 건수는 크지 않지만, 증가 속도가 가파르고 실내에서 발생하는 만큼 건당 재산 피해액도 평균 1,000만 원을 초과한다는 분석이다.
이번 연희동 사고는 전기차 포비아의 근거 없는 확산과 그 구조적 원인을 동시에 드러낸다. 전기차 배터리가 무혐의로 밝혀졌음에도, 수개월간 SNS와 커뮤니티에서는 특정 차종과 배터리를 지목하는 부정확한 정보가 유통됐다. 전문가들은 화재 원인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배터리 사진이 유출되고 과도한 추측이 이루어지는 관행 자체를 문제로 지적한다. 한편으로는 이번 사고가 전기차 충전 인프라와 가정 내 전기 안전 교육의 필요성을 환기하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도 있다. 이동형 충전기 사용이 보편화되면서 적절한 콘센트 용량 확인과 멀티탭 선택이 일상적인 안전 과제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BYD 측은 "피해자분들께 깊은 위로를 드리며, 이동형 충전기 사용 시 지켜야 할 안전 수칙과 활용 방법을 적극 안내해 재발을 방지하겠다"고 밝혔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은 이번 조사 결과를 토대로 이동형 전기차 충전기 사용 안전 가이드를 보완·배포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가정 내 멀티탭 사용 시 ▲제품에 표시된 정격 용량 확인 ▲고용량 기기(에어컨, 전기차 충전기, 인덕션 등)의 벽면 콘센트 직접 연결 ▲퓨즈 내장형 16A급 이상 멀티탭 사용 ▲문어발식 연결 지양을 핵심 수칙으로 제시하고 있다. 전기화 시대, 안전한 전기 사용 지식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