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구 데이터센터 민원 답변에서 주민 동의 우선 문구 삭제
구로1동 데이터센터를 두고 구로구가 주민에게 보낸 답변에서 한 문장이 사라졌다. 8월 6일까지는 주민 동의가 우선되어야 사업 추진이 가능하다는 것이 구의 입장이라고 적혀 있었는데, 9월 2일 답변에는 그 항이 통째로 빠졌다. 같은 답변서가 이미 다른 항에서 건축허가에는 주민 의견수렴 절차가 없다고 적고 있었다.
구로구 누리집의 구청장에게 바란다 항목은 담당자 답변이 끝나면 글과 답변이 함께 공개된다. 여기서 데이터센터로 검색하면 40건이 나오고, 그 안에 구로1동 건에 대한 구청 답변이 모여 있다. 앞서 이 지역에서는 방송통신시설로 분류되는 데이터센터 두 건이 접수됐다. 한 건은 건축위원회 심의, 다른 한 건은 건축허가 단계다.
8월 6일에 달린 답변은 네 항으로 되어 있었다. 가항은 주거지역에 데이터센터 신축 계획으로 심려를 끼쳐 죄송하며 주민이 느끼는 불안에 공감한다는 내용이다. 나항은 전자파와 소음 같은 우려 사항을 사업주체에 전달해 주민과 충분히 협의하고 대화하도록 요청했다는 것이다. 다항이 문제의 문장으로, 주민들이 염려하는 데이터센터 건립에 대해서는 주민 동의가 우선되어야 사업 추진이 가능하다는 것이 구의 입장이라고 안내한다는 내용이었다. 라항은 앞으로도 주민의 안전한 생활환경을 최우선에 두겠다는 마무리다.
9월 2일 답변은 세 항이다. 가항은 거의 같고, 나항은 사업주체에 인근 주민을 위한 의견수렴 절차를 실시하도록 요청했으니 이해해 달라는 내용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다항은 앞으로도 주민의 안전한 생활환경을 최우선에 두겠다는 문장이다. 8월 6일 답변의 다항이 빠지고 라항이 다항 자리로 당겨진 모양새다. 협의와 대화를 요청했다는 표현도 의견수렴 절차를 실시하도록 요청했다는 표현으로 달라졌다.
사라지기 전까지 같은 문구가 33건에 붙어 있었다
이 변화가 한 번의 표현 차이인지 확인하려면 앞선 답변들을 함께 봐야 한다. 공개된 40건의 답변을 날짜순으로 훑으면 문구는 두 갈래로 이어져 왔다. 7월 16일에 달린 답변 12건에는 이번 사업계획 또한 주민과의 소통과 동의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문장이 들어 있다. 7월 28일부터 8월 7일 사이에 달린 답변 21건에는 주민 동의가 우선되어야 사업 추진이 가능하다는 것이 구의 입장이라는 문장이 들어 있다. 둘을 합치면 33건이다.
8월 7일 답변은 8월 6일 답변과 자구까지 같은 틀이었다. 그 뒤로 이 사안에 달린 첫 답변이 9월 2일자이고, 거기서 문구가 없어졌다. 답변 자체는 여전히 건축과가 작성했고 형식도 같은 번호 매김을 쓴다. 달라진 것은 항의 개수와 그 한 문장이다.
- 7월 16일: 주민과의 소통과 동의가 전제되어야 한다 — 답변 12건
- 7월 28일~8월 7일: 주민 동의가 우선되어야 사업 추진이 가능하다 — 답변 21건
- 9월 2일: 해당 문구 없음. 사업주체에 의견수렴 절차 실시를 요청했다는 문장으로 대체
같은 답변서가 이미 절차가 없다고 적고 있었다
여기서 눈여겨볼 대목은 사라진 문구 자체보다 그 문구가 놓여 있던 자리다. 7월 28일과 8월 4일을 비롯해 11건의 답변에는 건축법에 의한 건축허가의 경우 주민설명회와 주민 의견수렴 등의 행정절차는 없다는 문장이 들어 있다. 그 바로 다음 항에 주민 동의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문장이 붙어 있었다. 한 문서 안에 법적 절차가 없다는 설명과 동의가 우선이라는 약속이 나란히 있었던 셈이다.
법령을 보면 앞의 설명 쪽이 맞다. 건축법 시행령 별표1 제24호는 방송통신시설을 방송국, 전신전화국, 촬영소, 통신용 시설, 데이터센터, 그 밖에 유사한 것으로 나누어 적고 있다. 데이터센터가 별도 항목으로 들어간 것은 2018년 9월 개정으로 2019년 3월부터 시행됐다. 건축법 제11조 제4항은 건축위원회 심의를 거쳐 허가하지 않을 수 있는 대상을 위락시설과 숙박시설, 방재지구나 자연재해위험개선지구 등 침수 우려 지역의 거실로 한정한다. 데이터센터는 여기에 없다. 건축위원회 심의 절차를 정한 제4조의2도 신청과 상정, 통보, 재심의만 규정할 뿐 주민이 참여하는 단계를 두지 않았다.
주민 의견 청취를 정한 다른 법도 이 경우에는 걸리지 않는다.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28조는 도시군관리계획을 입안할 때 주민과 지방의회의 의견을 듣도록 하는데, 구로1동 두 건은 도시관리계획을 바꾸는 절차가 아니라 개별 건축 절차다.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 시행령이 정한 전력계통영향평가는 전기사용 계약 규모가 10메가와트 이상일 때 적용된다. 구청은 두 곳 모두 인근 아파트와 같은 22.9킬로볼트 전력이 들어오고 백연현상이 없는 공랭식 냉동기를 쓰는 계획이라고 답변했다.
서울시의회 문서는 허가를 기속행위로 못 박았다
이 구조는 이미 공식 문서에 정리돼 있다. 서울시의회 주택공간위원회가 올해 4월 23일 낸 검토보고는 데이터센터가 일반 방송통신시설로 분류돼 별도의 입지심의 없이 건축이 가능하고, 허가가 기속행위로 규정돼 있어 실질적인 입지 통제가 어렵다고 적었다. 같은 문서는 건축허가가 기속행위여서 법상 요건을 갖추면 지자체가 신청을 거부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사전 갈등조정을 위한 주민설명회 등의 제도적 근거가 미비하다고 덧붙였다. 소규모 데이터센터는 환경영향평가 대상이 아니어서 주민 고지 의무조차 없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도 들어 있다. 건축이 가능한 용도지역은 전용주거지역과 제1종일반주거지역, 보전녹지지역을 뺀 전부다. 이 건의안은 4월 28일 본회의를 통과해 국회와 국토교통부로 갔다.
기속행위라는 말은 요건을 갖춘 신청을 거부할 재량이 없다는 뜻이다. 실제로 그 한계가 확인된 사례가 있다. 경기 고양시와 김포시는 데이터센터 착공신고를 반려했다가 행정심판에서 졌다.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2024년 10월 반려처분을 취소했고, 건축법이 정한 요구자료 외에 다른 실체상의 이유로 착공신고를 반려할 수 없다는 것이 일관된 법원의 판례라는 판시가 인용됐다. 고양시가 든 반려 사유는 주민 상생대책이 미흡하다는 것이었고 김포시는 유해성 우려에 대한 보완이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같은 구 안에서도 절차가 갈린다
구로구에는 이미 허가를 받은 데이터센터가 여러 곳 있다. 서울시의회가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정리한 서울 시내 현황을 보면 구로구에는 준공업지역 두 곳과 준주거지역 한 곳이 올라 있다. 연면적은 1만9천여 제곱미터에서 7만1천여 제곱미터까지다. 이 목록에 오른 서울 16곳 가운데 주거지역에 자리한 것은 다른 자치구의 한 곳뿐이다. 구로1동 두 건이 허가를 받으면 서울에서는 드문 사례가 된다.
절차가 갈리는 지점도 같은 구 안에 있다. 오류동의 한 데이터센터는 준공업지역이면서 온수역 일대 지구단위계획의 특별계획구역에 들어 있어 세부개발계획 수립 절차를 밟았다. 그 과정에서 구역면적의 10퍼센트 이상을 공공시설로 내놓는 조건이 붙었다. 지구단위계획이 걸리면 계획 절차를 타면서 의견 수렴과 공공기여가 따라붙지만, 개별 건축허가만 필요한 경우에는 그런 단계가 없다.
지금 남아 있는 것
구로1동 두 건의 연면적과 층수, 계약 전력, 허가 접수일은 공개된 자료에서 확인되지 않는다. 구로구 누리집의 위원회 심의결과 항목에는 2023년분까지만 올라와 있어 올해 건축위원회 심의 결과도 볼 수 없다. 구청 답변에서 확인되는 것은 두 건이 접수돼 있고 한 건은 심의, 한 건은 허가 단계라는 사실, 그리고 전력과 냉각 방식에 대한 계획뿐이다.
9월 2일 답변을 받은 주민은 문구가 빠진 이유와 기존 입장이 유효한지를 다시 물었다. 의견수렴이 형식적인 절차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주민 동의를 전제로 하는지도 함께 물었다. 이 재민원에 대한 답변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정리하면 확인된 사실은 세 가지다. 첫째, 주민 동의가 우선이라는 문구는 7월 중순부터 8월 초까지 33건의 답변에 연속으로 들어 있다가 9월 2일 답변에서 빠졌다. 둘째, 같은 답변서들이 이미 건축허가에는 주민설명회나 의견수렴 절차가 없다고 적고 있었다. 셋째, 서울시의회 검토보고와 행정심판 사례는 건축허가가 기속행위이며 요건을 갖춘 신청을 다른 이유로 반려하기 어렵다는 점을 확인해 준다. 사라진 문구가 무엇을 근거로 한 약속이었는지는 답변 어디에도 적혀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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